점심식사 해결을 위해 가게 된 Old Beijing.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옆 QV 몰 안쪽에 위치한 음식점이다. 입구에 온몸이 빨간 인간 둘이 웃으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살짝 무서웠다. (알 수 없는 중국인들의 취향...) 이곳에서 샤오룽바오와 XO 소스 맛이 잘 느껴지는 볶음밥을 먹었다. 둘 다 정말 맛있었다.
후식으로는 버블티를 때려주었다. 멜번에도 공차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굳이 찾아가지는 않았다. 대신 친구가 데려간 곳은 밀크샤. 둘 다 겐마이차+허니펄+no sugar 옵션으로 선택해서 마셨다. 달지 않으면서 겐마이차의 진함이 잘 느껴져서 좋았다. 겐마이차 처음 먹어보는 것 같은데 약간 미숫가루 식감의 말차? 같은 느낌이었다.
식후경의 금강산 타임~ 이 날은 로얄 보타닉 가든에 가보기로 했다. 트램을 타고 갈 수도 있지만 배가 부르니 소화시킬겸 걸어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은 조금 후회되는 선택이었다.ㅋㅋㅋ (날이 너무 덥고 생각보다 좀 멀었다;;) 하지만 좋았던 점은 시티 구경을 좀 더 천천히 할 수 있었고, 가는 길에 SBS 방송국(한국 방송국과 이름 같다) 앞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도 구경할 수 있었다.
내가 멜번 여행을 하는 기간에, 페스티벌이 많이 열리고 있는 주간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사진 페스티벌이었다. 이 곳 뿐만 아니라 빅토리아 도서관 앞, Parliament 건물 앞에도 이런 식으로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멜번이라는 도시에 대해 느낀 점은 공공공간이 잘 되어있다는 점이다. 이런 전시와 같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고, 녹지도 많고.. 이래서 살기 좋은 도시로 거의 매년 선정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https://whatson.melbourne.vic.gov.au/things-to-do/photo-2024-international-festival-of-photography
걸어 걸어 로얄 보타닉 가든에 도착했다. 꽤나 멀고, 꽤나 큰 부지였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인상 깊었던 점은 넓은 잔디 같은 곳에 사람들이 들어가 피크닉을 하는 듯한 광경을 많이 보았다. 옆에 자전거 눕혀놓고 돗자리 가져와 책 읽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한국의 식물원이었다면 '잔디에 들어가지 마시오' 이런 표지판을 세워두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곳에는 그런 사인은 없었다. 멜번에 살았다면 나도 이곳으로 피크닉을 종종 오지 않았을까??
특이한 식물들이 많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식물 친구들이 좋은 컨디션인 것 같지는 않았다. 호주의 기후가 건조해서 그런지 조금 메말라보이는 친구들도 있긴 했다. 그래도 한국에서 식물원에 방문했을 때 느꼈던 인위적인 느낌은 덜했다.
식물원에서 여러 종류의 새를 많이 보았다. 친구랑 새 쫓기에 재미 들려서 보이는 새마다 쫓아가봤는데 애들이 날기보다는 뛰어서 도망가는 게 신기했다ㅋㅋ 그리고 뛰는 속도도 굉장히 빨랐다.
Lawn Reserved for Yasmin & Hasan? 개인이 이렇게 정원 내부의 공간을 빌릴 수도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나오는 길에 조금 높은 언덕을 오르게 되었는데, 야라 강과 크리켓 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크리켓이라는 운동이 나에게는 생소해서, 크리켓을 위한 경기장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찾아보니 호주에서 가장 큰 경기장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조명탑을 보유한 경기장이라고 한다. 경기장 둘레에 세워져 있는 파리채같은 모양의 구조물이 조명탑인듯 하다.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야라 강에서는 조정 연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후에도 야라 강에서 조정하는 사람들을 여러 번 본 것 같다. 한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라서 이것도 신기했다.
저녁은 S.P.Q.R Pizzeria에 갔다. 피자가 먹고 싶다고 하니 친구가 데려가 준 곳이다. 골목 자체도, 골목에 그려진 벽화도, 가게 로고도, 가게 건물의 조명도, 가게 안의 인테리어도, 가게 안의 화장실까지도 힙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음식도 정말 정말 맛있었다. 누텔라 피자같은 특이한 메뉴를 팔기도 했다ㅋㅋㅋ 우리는 Capriciossa 와 뇨끼를 시켜서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피자에 도전을 해봤는데 조금 짜기는 했지만 맛있었다. 이 곳은 뇨끼를 꼭 먹어야 한다며 친구가 뇨끼를 시켰는데, 가지도 부드럽고, 뇨끼에서 감자 맛도 잘 느껴지고, 토마토 소스와의 궁합도 좋은 정말 맛있는 뇨끼였다.
배불리 먹고 나와 집에 돌아가는 길.
Street Drummer 아저씨를 보았다. 친구가 항상 말로만 들려줬었던 그 분을 실제로 보게 되어 영광이었다. 주변에 서 있던 학생을 데려가 같이 드럼을 연주하는데 나에게도 해보라고 손짓해줬다. 하지만 드럼의 드자도 모르는 옆에서 구경만 했다. 이 아저씨는 이 날 말고도 거의 매일 본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QV 몰에 있는 호주의 홈플러스 격인 Woolworths에 들렀다. 한국의 과일 값은 치솟고 있다는데, 이곳에는 과일이 넘쳐나는 것 같다! 어린이들을 위해 무료로 과일을 제공하고 있는 점이 신기했다.
특이하게 생긴, 처음보는 색의 토마토를 보았다. 무슨 맛일까, 토마토 맛이 나긴할까 궁금했다. 범상치 않게 생긴 감자도 있었다. 호박에 더 가까워보이는데.. 감자라고 한다.